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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운동 및 임정수립 100주년 국제학술포럼 개회사

2019-04-01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포럼에 참석하신 국내외 석학들과 국민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환영의 뜻을 전합니다.

과거 100년의 올바른 평가와 성찰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큰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6개국 34명의 석학들이 예리한 분석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저는 특별히 일제 무단 통치의 잔인성과 일제를 비롯한 강대국들의 위선적인 식민정책에 주목하고, 당시 약소국들의 부당한 고통을 공감하면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먼저, 비폭력을 철저하게 고수하면서 평화를 지향했던 3‧1운동의 감동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제는 조선총독부의 행정조직은 물론 정규군과 헌병경찰까지 동원해 독립 만세를 외친 우리 선조들을 총‧칼로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7천5백여 명이 살해되었고, 1만6천여 명이 다쳤으며 4만6천여 명이 체포․구금되었습니다. 이것은 일제가 우리 민중을 ‘전쟁의 적’으로 보고 군사작전 대상으로 간주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총‧칼이 무서워서, 보복이 두려워서 비폭력을 선택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구의 10% 이상이 평화, 정의, 독립, 자유 등 공공적 가치를 위해 비폭력 적극 저항에 앞장섰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촛불시민혁명은 비폭력 평화라는 3‧1운동의 가치를 가장 훌륭하게 계승한 운동이었습니다. 말이나 활자가 아니라 몸으로, 실천으로 100년 전의 숭고한 가치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당시의 국제상황을 함께 고려할 때 3․1 운동의 감동적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참혹했던 1차 세계대전이 1년 전까지 속되었고, 2년 전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력과 살육이 만연하던 당시에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어 적극 저항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외쳤던 ‘독립’이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폭력 패권주의로부터 인류의 해방을 지향했기 때문에 비폭력 저항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1운동이 중국의 5‧4운동을 비롯해 인도, 베트남 등 피압박 약소국들의 독립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 시성(詩聖) 타고르가 3‧1운동에 감명 받아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썼고, 네루가 자신의 딸에게 옥중에서 쓴 서신에서 “코리아에서 일어난 일을 네가 안다면, 너도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셋째,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은 당시 강대국들의 위선적 패권주의 행태에 견줘볼 때 더욱 빛이 납니다. 100년 전 구미 강대국들은 자국민들에게는 민주정치를 실시하려 하면서도, 약소국 민중들에게는 철저히 잔인하고 탐욕적인 식민정책을 적용했던 이중성을 보였습니다. 일제 역시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서방 패권주의의 침략을 비판하면서 동양 약소국들의 평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일제는 청일전쟁의 결과 대만을 대번에 식민지로 삼키고, 러일전쟁 와중에는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키는 등 제국주의의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이 때문에 안중근 의사는 애국 지식인들과 함께 일제의 위선적인 이중성에 분노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서 3‧1운동 주체들은 행동으로, 그리고 선언으로 당당하게 평화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3‧1운동의 영향으로 세워진 망명임시정부는 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제7조에서는 건국 정신을 세계에 발휘하고 인류문화와 평화에 공헌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국내정치뿐만이 아니라 국제정치도 민주적 관계의 기반 위에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넷째, 1918년에 발표된 미국 윌슨(Wilson)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14개 조항이 식민지 문제의 평등한 해결을 강조해 2‧8 독립선언과 3‧1운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식민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었으며, 한국 등 동양의 비백인 피압박 민족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것은 약소국의 독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러시아 명정부에 대응해 세계 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 패권주의 전략의 성격도 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나, 이번 국제학술포럼이 당시 강대국들 횡포에 고통 받았던 약소국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오늘의 시점에서 성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곳곳에서 미래의 희망을 버린 채 과거의 향수에 젖은 극우세력의 준동이 나타나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igmunt Bauman)이 적절히 지적한 과거회귀 운동인 Retrotopia 운동이 바로 그런 염려스러운 21세기 흐름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심각한 반동적 역사흐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100년 전 3‧1운동의 비폭력 평화운동이 갖는 그 공공적‧변혁적 감동이 새삼 필요한 듯합니다. 이 감동을 새삼 이번 국제학술포럼에서 서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 같은 과거회귀 흐름에 의해 가로 막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힘차게 지속되어 전 세계적 평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길 저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면서 이번 국제학술포럼이 평화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평화 현실의 고통을 분노로 바꿔 과거로 회귀하려는 반동적 시에서는 희망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비폭력 평화정신의 감동을 이들과도 공유하여, 미래 지향적 가치를 함께 모색하는 국제학술포럼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9년 3월 28일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 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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